< 詩境의 아침 > 쥐꼬리 / 박일만 <경상매일신문 : 박모니카>
 박일만  | 2023·04·18 19:17 | HIT : 81 | VOTE : 26 |
쥐꼬리 / 박일만

​​
대낮 등산로에 들쥐가 나타났다.
기겁을 하는 아내에게
쥐 따위에 무슨 호들갑이냐 했다.
그녀는 말했다. 쥐가 싫은 게 아니고 쥐꼬리가 싫다고,
순간 내 등허리가 텅!
온몸에 오살났다.
그 말의 여운이 전신을 쑤셔댔다.
스치듯 아내가 달리 보였다. 틀림없이 저 말은 중의법일 거야.
쥐꼬리만 한 월급에 오랫동안 시달렸으니
얇은 봉투가 아닌 쥐꼬리를 보고 내 월급을 연상했을 거야.
왜 하필 몸통 아닌 꼬리라 했겠어.
쥐꼬리.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쥐의 꼬리가 아닌
쥐꼬리월급으로 국어사전에 새롭게 등재돼야 하겠다.


                                  - 박일만 시집 『뼈의 속도』 중에서



----------------------------------------------------------------------------

가장(家長)의 애환이 담긴 내용이라서 재미있다고 활짝 웃을 수도 없는 시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물가 인상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집집마다 가장(家長)의 허리가 휘청댄다. 집안 살림을 하는 주부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맨다. 더 이상 맬 곳이 없을 만큼 쥐어짜야 했나보다. 쥐를 보면 ‘쥐꼬리’가 생각나고 ‘쥐꼬리가 싫다’는 아내의 말에 가장(家長)은 쥐꼬리만 한 자신의 월급봉투를 연상했으니 웃을 수가 없다. 슬며시 서글퍼진다.
“틀림없이 저 말은 중의법일 거야”라고 말한 가장(家長)은 중의법이란 ‘한 단어에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곁들여서 표현함으로써 언어의 단조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여러 의미를 나타내고자 하는 수사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시인은 ‘쥐꼬리’를 싫어하는 아내의 의도를 알아챈다. 그래서 ‘등허리가 텅! 온몸에 오살났다’고 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할 말을 잃으니 몸이 철퍼덕 거렸다고 해야 할까.
쓰임새는 많고 월급은 적어 시달리는 서민들에게 “피식~”웃음을 피우게 하는 어깃장 같은 시 한 편이다. 실제로 국어사전에 ‘쥐꼬리’ 대신 쥐꼬리 월급‘이 등재 되려나, 어쩔라나 갸우뚱~ 궁금해진다. <박모니카, 수필가>

​< 경상매일신문 : 2023. 3.21>

     
  사랑을 어떻게 해석 할 것인가 - 박일만의 시 「프로파간다」  박일만 23·06·16 76
  박일만의 시집 <살어리랏다>를 읽고, 이 터가 내 무덤이 될 것이다 / 애플맘  박일만 23·03·08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