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만의 「뼈의 속도」 감상 / 박미산
 박일만  | 2019·07·01 13:48 | HIT : 10 | VOTE : 0 |
박일만의 「뼈의 속도」 감상 / 박미산


뼈의 속도 /  박일만


시간을 수없이 접었다 펴가며
반듯한 철로에서도 뒤뚱댄다
험준한 산길을 만날 때마다
쉼 없이 허리를 꺾어대야 하는 몸
세상을 건너 시절을 건너 혈을 짚어가면서
뼈를 한 치씩 늘였다 줄여가면서
종점에서 시작, 늘 종점에서 끝난다
주렁주렁 식솔들에게 등을 내주고
길고 고단하게 달려야만 하는 몸은 태생부터
속도라는 패에 온 생을 걸었다
칸칸이 바람으로 가득한 속도는 뼈의 아비들
삐걱대는 관절을 마디마디 이어 붙인 남루한 골격
꼿꼿한 자세로 무거운 등짐을 날라야 하는 천성으로
달리다 멈출 때마다 허리의 통증은 더해진다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인 줄 알았던 세상 모든 아비들이
가끔 자리 펴고 누워 앓는 소리를 내는 연유도
속도가 지켜 내는 올곧음 때문,
속도와 한 몸인 아비들
역마다 부려 놓은 허기를 되삼켜가며
해지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전복되지 않으려고
뒤척이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내력,
속도는 세상의 아비들

.........................................................................................

    우리 아버지들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보다 크다. 가족들을 책임지지 못할까 봐 기차처럼 똑바로 달려가는 세상의 아버지들. 아버지들은 시간을 수없이 접었다 펴가며 세상을 건넌다. 그들은 꼿꼿한 자세로 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등에 지고 달린다. 긴 길을 고단하게 달려야만 하는 그들은 멈출 때마다 허리의 통증이 심해진다.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인 줄 알았던 아버지들은 가끔 자리 펴고 누워 앓는 소리를 혼자 삼키다가 다시 일어나 달린다. 험준한 산길을 만날 때마다 쉼 없이 허리를 꺾어대야 하는 그들. 해가 지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삐걱대는 관절을 끌고 세상과 시간을 건너는 아버지들은 뼈를 한 치씩 늘였다 줄여가면서 역마다 안전하게 그들의 등짐을 내려줬다.
    종점에서 시작하고 종점에서 끝난 아버지들의 등짐 자리에 굽은 등이 솟아있다. 이제 아버지들은 속도라는 패를 내려놓고 굽은 등을 지닌 채, 가만히 그들이 지나왔던 길을 바라본다. 그들이 한눈팔지 않고 정신없이 달리던 길을.  박미산 (시인)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박일만 19·07·01 5
  티눈 - 한결 임영석 시인 추천작  박일만 19·06·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