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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종
 박일만  | 2011·03·01 13:02 | HIT : 5,078 | VOTE : 469 |
파종播種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자에게선
흙냄새가 난다
퉁퉁한 젖살에 불거진 힘줄을 통해
씨앗들이 무시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미의 심장이 생산해내는
씨앗이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열중이다
깊은 심장에서 자라난 씨앗들은
뿌리를 뻗고, 뿌리는 샘물을 긷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밀착시켜 빨아댄다
그러므로 여자의 몸속에는 깊은 우물이 있다
아이의 우물, 내력의 우물,
심지어는 제 몸을 부풀려
젖을 길어 대를 이어 물리는 일이다
하여 여자들은 흙냄새를 풍기는,
조물주가 잘 빚어 세상에 내려준
촉촉한 농부다
여자의 몸빛이 젖빛인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젖을 모아 집안에 수유하면
자자손손 피 돌고, 살 돌고 번성하리라
변함없이 여자는 아이에게 젖을 물린다
파종에 여념이 없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11. 3~4월호>
     
  계단  박일만 11·03·01 4556
  탁목  박일만 11·03·01 5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