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탁목
 박일만  | 2011·03·01 12:58 | HIT : 5,175 | VOTE : 460 |
탁목*


선 잠 깬 스님 한 분 나타나셨다
탁!탁!탁!탁! 타그르르
산천은 아직 실눈도 안 떴는데
숲 속에 목탁소리 요란하시다
동안거에나 들었어야 할 노구를 이끌고
겨울 끝자락에 지극히 나오셔서
탁!탁!탁!탁! 타그르르
묵혀두었던 상념 두들기신다
이참에
눈은 말고 마음으로 새기라는 듯
계곡인지 우듬지인지 분간키 어려우나
스님은 홀로 산천을 깨우신다
번잡한 세상일에 노심초사,
깊은 잠 못드셨는지
백팔번뇌 쳐서 사바로 내려 보내시고
하산하는 중생들 뒤통수에
부디 마음만은 깨어 있으라
이 나무 저 나무 경구를 새기신다
추운 몸을 손수 보시하시어
온 산에 화엄경을 펼쳐 놓으신다
탁!탁!탁!탁! 타그르르


*탁목 : 딱따구리

<시에티카 2011년 제4호>
     
  파종  박일만 11·03·01 5077
  차마고도 2  박일만 11·03·01 6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