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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걸음
 박일만  | 2008·12·04 11:47 | HIT : 6,568 | VOTE : 644 |
팔자걸음


팔자로 걷는다, 나는
두뇌가 눈치 채지 못하게 절묘하게 걷는다
내 발만의 기똥찬 비법이다
원숭이 걸음이라 간혹 흉들도 보시지만
따지고 보면 오랜 내력이다
그러므로 반듯하게 걷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
남들이 딴지를 걸면 뼈대있는 조상 운운하면서  
혹은, 전생이 선비출신이라고 항변하듯 농을 친다
거울을 보고 꼿꼿한 연습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엄지발가락에 힘주고 걸으면 모델 못지않지만
왠지 팔자걸음이 편한 타고난 팔자인가 보다, 나는
급할 것도 없는 세상, 시계는 저 혼자 분주하고
세상은 명분없이 뛰고 넘어지고 난리통이다
그래서 완만한 팔자걸음이 참 좋다, 나는
조상님들의 은밀한 관습이 배어있는
줄타기하며 넌출넌출 춤을 추듯 걷는
내 몸에 잘 맞는 헌 옷 같은 팔자걸음이
환장하게 좋은 것이다, 나는



<현대시 2008.12월호>
     
  부석사  박일만 08·12·15 7946
  치정  박일만 08·12·04 8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