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리에 가면 - 제부도 5
 박일만  | 2021·03·12 07:05 | HIT : 212 | VOTE : 23 |
궁평리에 가면  / 박일만    
- 제부도 5
        
가야한다면 궁평리에

수평선에 목매달고 첨벙거리는 해를 봐야 한다면
어찌 혼자서만 가겠는가

바닷가 숲속 다복솔을 바람이 더듬듯
온몸에 솜털 돋아나는 그때의
짠 추억이라도 지니고 갈 일이지

궁평리!
그 큰 엉덩이를 봐야한다면 정녕
잠기는 저녁 해를 건져내와
두 팔 벌려 안아보는 연습이라도 해야 한다면
그림자 길게 출렁이는 그 때 뿐이겠는가

물 냄새를 부리 끝에 쪼아 매달고
하늘 가운데로 몸 담그는 바닷새가 있고
바람이 외려 허리 휜 나무를 일으켜 세우는
한낮, 그때도 가 볼 일이지

고요함이 소리를 더 크게 키운다던가
소란을 머금고 파도의 뼈가 웃자라
흰 꽃무더기로 달려 올 것이네

초병처럼 완전 군장을 하고 언제나
모랫벌의 뒷배경으로 남는 해송군락들
교대근무도 까맣게 잊은 채
하루치의 피곤으로 발효되는 궁평리

황혼이 일품이라는 그곳에 가면
젖은 추억이 내 앞으로 달려와 엎어지고
제부도로 귀소하는 낮새들도
푸른 하늘로 점자처럼 날아오를 것이네

해독하는 나는 언제나 눈멀어도 좋을 것이네

<한국시학, 2021.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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