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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
 박일만  | 2006·05·19 08:04 | HIT : 7,175 | VOTE : 739 |
근성


버섯 모양 고깔 쓰고 구석을 켜던 스탠드
붙박혀 밤과 낮을 지키던 몸이 눈을 깜박인다
혹시, 돌부처가 되길 기다린 것은 아닌지
허리 아직 꼿꼿하고 몸빛 조금 바랜 것 뿐인데
내장을 와락 쏟아낼 태세로 어두워진다
먹거리라곤 키 낮은 활자와
전선이 수유하는 파장뿐이었으니
옷 한 벌 없이 맨몸으로 바닥을 개간한 근성도
쌓이는 연륜에 어찌할 방도가 없나 보다
아픈 관절 눕지도 못하는 직립형 태생
어쩌면 오랜 무임금 파업인지도 몰라
하얀 눈 속 검은 반점 커져가는 낡은 스탠드
몸소 읽어낸 활자들이 무수히 날아오른다
허공을 버리고 바닥을 택한 끈질긴 시선,
등에 쌓인 먼지도 날개 돋을 듯하다
고집스럽게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서 수없이 피고 지는
빛꽃 한 송이
안구를 바꿔주자
모던한 시선으로 어둠을 압도한다




<시인시각 2006. 여름호> * 제목 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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