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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 내력
 박일만  | 2006·03·26 20:57 | HIT : 6,851 | VOTE : 750 |

   - 내력



그러므로, 먼먼 옛날 조상은 알이었다. 기록은 없으나 구르던
풍문이 얘기꾼의 머리에서 정돈되고 수많은 입 속에 기록됐다.
집안 밭으로 일궈진 것이었다. 조상님들 넌출넌출 알을 낳고 알
에서 태어나 알을 치며 살아왔다. 달 같거나 朴 같은 알들이 줄
기줄기 뻗어왔다.

세월 지나 나는 새벽처럼 태어났는데 새벽이 비명 치자 알이 튀
어 나왔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껍데기라 하셨고 나를 알이라 하
셨는데, 곧 새시대의 이름이 되었는데, 아버지를 쏙 빼 닮은 알
로 자라났다. 눈-코-입-귀 심지어는 고추까지 닮은 순종 알이었
던 나, 언제부턴가 또 다른 알을 몸 속에 품기 시작했다. 신생 알
들은 구석구석 다니며 알을 달라 알을 돌려 달라 목청 돋궈 농성
했다. 나, 알의 소임을 다 할 때가 온 것이다. 알을 낳고 알을 까
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알인 것이다. 혁거세의 알, 조상님의 알, 아버지의
알, 내 아들 또한 알이 되어 나의 근본에 의문을 제기 하는 알이
되었다. 아들은 본질을 뒤흔들며 닮은 나를 껍데기라 우겨댄다.
하지만 아들 속에 또 다른 알이 빙그레 웃으며 자라고 있으니
어떤 설법이 필요한지 내력의 잣대를 모르겠다.



<동인지 : 빈터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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