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 / 박일만
먼 길 가는 중이다
나는 이쪽에서
당신은 저쪽에서
수만 년 휘돌다 하나 되었다
외진 몸과 몸이 달려와
드디어는 부둥켜안고
찬 몸을 펄펄 끓여대는 중이다
격정적 물결은 징검돌 가라앉히고
뱃길도 한층 출렁거리게 하고
차안과 피안의 경계를 허문다
서로 만나
천둥과 번개 빚어 무지개로 띄우고
서로 만나
여울진 한恨을 풀어내는 두 몸짓
섞고 섞이면서 살아가야 할 우리들 생애,
가슴과 가슴에 흰 물꽃다발 피우며
지천으로 널린 모난 돌도 다듬으며
거침없이 끌어안고 가는 중이다
산 닮고 계곡 닮은 얼굴 둘이 만나
길고 긴 사랑 다짐하며 둥둥~
여한 없이 함께
먼 길 가는 중이다
*아우라지 : 강원도 정선 여량 소재, 송천과 골지천 합수 지역
<시와소금, 202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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