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광고 / 박일만
교차로에 마주선 트럭
- 흙 삽니다 흙 팝니다
온몸에 피 칠갑이다 갈겨 쓴 광고판
붉은 글자가 이쪽으로 날아 올 것 같다
절실한 외침일 것이다
살다 살다 처음이다
봉이 김 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북청 물장수가 샘물을 동냈다는 말도
이제는 삼다수다 백산수다 헛소리가 아닐 것인데
흙을 사다니, 흙을 팔다니
나라 땅이 돈 덩어리인가 금덩어리인가
그러고 보니
땅 파면 돈 나오냐 빈정대던 속담도 무색해지는 터다
온 세상이 코로나란 역병에 시달리다보니
직장 잃고, 집 잃고 나선 최후의 보루일라나
흙이라도 팔아서 연명해 보자는 심산일라나
정작 흙을 뒤집는 건 농부가 아닌가
종내는 농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알 듯 모를 듯한 광고판에 생각이 잠겼다가
뒤에서 빵!
신호를 놓친다
젠장! 속물근성이라니
<서정시학, 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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