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 / 박일만
동네에 벚나무가 늘어났다
당선된 군수님이
관광객이나 불러들여 보자고
군청 살림이나 늘려보자고
역점사업으로 공약했기 때문이다
삭막한 세상에서 꽃피는 일이야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지만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미지수지만
하필이면 벚꽃인가 벚나무인가
알다시피 벚꽃은 옆 나라의 국화國花이고
그들은 옛날부터
우리 땅 곳곳을 헤집고 다닌 족속들이고
사꾸라, 라는 호칭은 변절의 상징으로
화무십일홍의 대표주자 아닌가
다투어 보자면
우리나라 벚꽃이 옆 나라 벚꽃의 원조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러니까 왜국倭國의 벚꽃은 조선 벚꽃의 손자뻘인데
이 다양한 세상에서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지천인데
하필이면 벚꽃으로 군청 살림을 꾸리려 하는가
요즘도 걸핏하면 한반도의 막내를
자기네 자식이라고 유전자를 조작하려는 건
손자가 할아버지 턱수염을 잡는
방자한 짓 아닌가 아닌가
<작가의 눈, 2023. 제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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