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 / 박일만
세렝게티에 우기가 닥치면
초지를 찾아 떠나는 얼룩말들
불어난 강물 앞에 잠시 망설인다
포식자보다 물살이 더 사납다
주저 끝에 리더가 선두로 나선다
그제야 나머지 무리도 따라나선다
강만 건너면 신선한 목초지가 기다린다
사투를 벌이며 건너는 무리들
더러는 익사하고 더러는 악어에게 먹힌다
모진 물살을 정신없이 건너온 어미 얼룩말
사소한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가
뒤돌아보니 따라오지 않은 새끼 얼룩말
건너편 언덕에서 어미를 애타게 부른다
급기야 어미는 지친 몸으로 다시 강물에 뛰어든다
그러나 이미 체력을 다한 어미 얼룩말
물속에서 목을 빼어 들고 허둥댄다
새끼에게 닿기 전에 가라앉는다
언덕에는 새끼의 울음소리 짙어진다
종일 기다려도 어미는 오지 않고
강물만 연신 소리소리 지른다
<한국시학,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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