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 / 박일만
예로스톤 계곡에 봄이 오면
설산은 거대한 물줄기를 토해 낸다
들판을 질러 거센 물살이 닥치자
순식간에 강이 돋는다
봄을 맞아 태어난 들소새끼들
어미 곁에서 천적을 피한다
어미의 곁은 말뚝 없는 울타리
초지를 찾아 강을 건너야 할 때
덩치 큰 어미들소도 삼켜버릴 거센 물살,
물살은 수 백 마리의 악어가 된다
뒤따라 건너던 새끼들소가
악어 떼에 밀려 점점 어미로부터 멀어지는 순간,
어미는 본능적으로 뛰어들어
한 쪽 곁으로 급류를 막아낸다
살을 에는 위쪽 곁을 방패삼아
어미의 아래쪽 곁이 평온해진다
내달리던 강이 한쪽 속도를 잡은 것이다
느려지는 유속,
새끼는 어미 곁에 바싹 붙어 유유히 강을 건넌다
강물도
어미들소 곁에서는 잠시 마음을 비우는
*예로스톤국립공원 : 미국 와이오밍․몬태나․아이다호 주
<한국시학,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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