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의 장미 / 박일만
당신은 장미
붉은 입술만 가진 줄 알았는데
칼을 잔뜩 물었더이다
당신은 장미
푸른 몸매만 지닌 줄 알았는데
표창을 온몸에 둘렀더이다
붉은 장미여
내 사랑보다도 짙은 꽃이여
푸른 몸매여
내 사랑보다도 짙은 색이여
당신은 이율배반의 시대이다
젊은 몸뚱이가 항상 꽃이길 바랐는데
온몸에 가시를 매달고 숨겼다가 느닷없이
내 등에 칼을 꽂았다
내 등은 당신의 과녁이었다
차라리 독화살을 쏘아 줄 것이지
나 기꺼이 가슴을 표적으로 내어 줄 것인데
언제까지나
붉은 입술에 푸른 몸매의 사랑인 줄 알았는데
창과 칼을 전신 가득 품었더이다
<다층, 20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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