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
 박일만  | 2023·08·21 15:10 | HIT : 152 | VOTE : 26 |
불효 / 박일만


부모님을 차례차례 요양원에 모시고 돌아와
빈집을 둘러봅니다

유난히 커진 가구들이 불쑥불쑥 다가섭니다
방바닥도 넙죽한 몸으로 일어섭니다
썰렁한 냄새 풍기며 찬공기가 집안을 돌고 돕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사셨는데
순식간에 흘러 가버린 세월과의 싸움에서 지고
모두 남겨두고 떠나셨습니다

수십 년을 함께 버텨온 기둥이며 창문들이
갑작스러운 공허에 의아한 표정들입니다

찬장에 포개진 그릇들과
곳곳에 들어찬 가재도구들이
외롭다고 일제히 항의성 목소리를 냅니다

골라놓고 보아도
어느 것 하나 번듯한 게 없는
저 낡은 세간들
평생 애지중지 건사하며 살아오셨습니다


<맑은누리문학, 2023.하반기호>

     
  빈말  박일만 23·08·21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