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주
 박일만  | 2023·06·27 20:03 | HIT : 191 | VOTE : 25 |
담금주 / 박일만


아들을 낳고
기념으로 술을 담갔다

장가가는 날 개봉할 요량으로
단단히 밀봉했다

담근 날짜를 이마에 새겨 넣고
술병은 노랗게 익어갔다

근 삼십년이 지나도록
진액을 뿜으며 숙성되었다

아들도 장성하여
이제 꺾어진 환갑이 돼간다

장가는커녕
밥벌이 하느라 얼굴이 노랗다
이 시대의 진액이 빠져나가는 중이다

담금주는 다 익었고
아들 녀석은 새치가 보이기 시작하고


<한국시학,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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