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닦으며
 박일만  | 2023·06·27 20:02 | HIT : 180 | VOTE : 25 |
밥상을 닦으며 / 박일만


나이 들면 안팎이 따로 없다는
지론에 마음 쏠린다

내가 벌인 일은 내가 감당하고
내가 펼친 상은 내가 치우고
내가 뭉갠 자리 내가 빗자루 든다는

사람 나이 쌓이고 보면 자웅이 무색해져
하늘 땅 구별이 의미 없다

작금에 와서 밥상이 그걸 일러 준다

차리는 이, 치우는 이 따로 없듯
사람살이가 혼돈 속에서 질서가 잡히는 법

관습은 이미 낡은 철학 쪽에 자리 틀었다
신통방통하던 이념도 간단없이 낡고 있다

나 오늘날 밥상을 닦으니
죽은 나무판에 핏기 돌고 윤기가 난다

문지르고 문지르니 결이 뚜렷해지고
그 속에 박혀 있던 내가
오롯해 진다


<한국시학, 2023. 여름호>
     
  담금주  박일만 23·06·27 204
  프로파간다  박일만 23·03·17 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