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
 박일만  | 2022·11·09 14:38 | HIT : 79 | VOTE : 5 |
유품  / 박일만


주인 없는 방안에 검은 표정들,
기어이 관절 무너져 실려 가신 후부터
줄곧 문 쪽을 응시한 눈치들이다
오랫동안 건사해 온 것들  
적막을 뒤집어쓰고
어머니의 냄새를 풍기고 서있다
거구의 장롱은 그리움 가득 채웠고
식탁은 밥 대신 먼지를 고봉으로 쌓았고
세탁기는 변비에 걸려 내장운동을 멈췄다
TV는 큰 외눈만 시커멓게 껌뻑 껌뻑,
이 방안에
어머니의 손때 묻지 않은 것들 없는데
모두 통째로 폐기 될 처지다
살아오신 내력 한 줄도 없이 지워지리라
흔적이나 남겨두자고
고르고 고른 것이 겨우 옷 몇 가지
그마저도 낡고 헤진 것들
이제
터전은 영영 사라지리라
이승에서의 짧은 생애가
마지막 남긴 것도 텅 빈 공간뿐



<시인뉴스 포엠, 2022.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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