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포란
 박일만  | 2022·09·16 14:03 | HIT : 143 | VOTE : 12 |
식물성 포란 / 박일만


기도하는 성자聖者 같다
모두 떠난 들녘에 대파 한 무더기
살을 에는 눈발 속에서
외투 깃을 세워가며 계절을 건너고 있다
바깥부터 누렇게 쇠해지는 몸
껍질은 죽어서도 외투가 되었다
온기를 불어 주는 무리들 속
부화를 기다리는 알 같은 어린뿌리
대대손손 뻗어 나갈 문중의 후예다
안고 어르고 품어내는 피붙이들
묵언 수행하는 돌부처 같다
더운 심장을 지녔을 저 무리들
푸른 시절 지나오며 품도 함께 키웠으리라
식물성 몸으로
동물적 근성을 지닌 대파 한 무더기
연대의식으로 똘똘 뭉친
일가친척들

<한국시학,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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