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박일만  | 2022·09·16 14:02 | HIT : 149 | VOTE : 14 |
우렁이 / 박일만


풀을 좋아하는 우렁이는
논물 속 잡초를 먹고 사는데,
제 몸 뚜껑을 열고 입을 내밀어
신선처럼 풀을 골라 먹고 산다

여름이 다가와
새끼들이 줄줄이 태어나면
대식구가 되는 우렁이네 집,
먹이가 모자라 배곯는 날이 태반이다

생각다 못한 어미 우렁이는
흩어져 있는 풀들을 끌어 모아다
연한 것은 새끼들을 먹이고
저는 뻣뻣하고 거친 줄기를 먹는다

그럭저럭 무사히 계절을 넘기고 나면
어느 날
어미는 껍질 속에서 사라진다

더 이상 풀이 자라지 않는 계절에
식량이 바닥난 것을 알아차린 어미는
새끼들에게 제 살을 내어주고
새끼들은 어미가 남긴 살을 파먹으며,
파먹으며 가을을 지내고 겨울을 난다

봄이 올 때까지
새끼들의 먹이가 돼주는
어미 우렁이 몸

<한국시학,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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