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타래
 박일만  | 2022·09·08 20:21 | HIT : 165 | VOTE : 11 |
머리 타래 / 박일만


가문이 망했을 때 풀었을라나

깊은 밤에도
칠흑같이 빛나는 신념을 다듬었을라나

역사는 좀처럼 쉬이 다스려지지 않아
저 혼자 한데 뭉쳐져 야사를 썼을라나

불면의 이마에 올라  
욕망을 부풀리고 먹물을 먹으며 자라
꿈틀대는 용으로 솟았을라나

한 올 한 올이 굵은 뿌리로 자랐을 터

치성을 드리듯
층층이 쌓은 은덕으로 몸을 지탱하여
자손을 보았으니 또한 가멸차게 기뻤겠구나

똬리를 튼 조상들의 무덤을 흉내내다보면
어깨는 저절로 춤추게 되는 거

달빛으로 분바르고
먹구름 문양으로 치장해도 오히려 빛이 나는
암흑의 내력 덩어리
문중의 상징으로 살아내는 일 뿐이로구나

가느다란 생을 쌓고 쌓아
풍성하게 높이었어도
가문이 망했을 때는 오히려 묶었을라나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2년 9월호>


     
  우렁이  박일만 22·09·16 146
  필라멘트  박일만 22·09·08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