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
 박일만  | 2022·03·18 16:31 | HIT : 557 | VOTE : 98 |
과욕 / 박일만


비울수록 늘어나는 뼈
비울수록 단단해지는 마디
태풍이 와도 꺾이지 않는다

빈 몸일수록 낭창낭창 해진다
덜어내고 덜어내는 대나무

도시에서 사는 나는
몸이 뻐근하고, 통증을 달고 산다
위장 속에 밥을 머리통에 개똥철학을
쑤셔 넣으려 안달하기 때문이다

통장 잔고를 불리려 계산기를 튕기고
여자를 한번 안으려 감언이설을 늘어놓고
지식을 뽐내려 두꺼운 책을 지니고

세상에서 주운 찌꺼기로 잔뜩 채워진 나
이 나이 먹도록 쓸 만한 게 없다

잡스럽게 활보하며 살아 온 나를 이제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

비쩍 마른 저 어르신
휘청휘청
넘어지지 않고 잘도 가신다

비었다, 비웠다


<빈터문학회지, 2022. 제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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