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보 로망을 위하여*
 박일만  | 2022·02·23 10:15 | HIT : 787 | VOTE : 195 |
누보 로망을 위하여* / 박일만


한가지 미소로 피지 않습니다
동시다발로 나타나지 않지요
저마다의 얼굴과 보폭으로 세상에 옵니다

떼로 몰려 살지 않습니다
끼리끼리 모이거나 울타리를 세우지도 않지요
꿀 따는 벌이나 나비처럼 혼자 삽니다

무게를 잡지도 않습니다
펜으로 권력을 세워 상을 주거나 무기로 쓰지도 않지요
떨어지는 꽃잎을 차곡차곡 쌓아 거름으로 씁니다

더더욱 유파를 만들지도 않습니다
차갑고 냉철한 이성으로 정수리에 꽃잎을 피우지요
저만의 향기를 품어낼 뿐 바람에 묻혀 퍼뜨리지 않습니다

꽃들은 그렇게 스스로 재단한 옷을 걸칩니다
모더니즘, 리얼리즘으로 직조하지 않지요
꽃들은 그렇게 스스로 발효시킨 향기를 두릅니다
낭만주의, 사실주의로 몸치장하지 않지요

뽐내거나 내세우는 일 없이 철마다 세상에 향기를 날립니다
꽃은,


*알랭 로브그리예의 문학전반에 대한 반성 이론서


<시산맥, 202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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