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토장平土葬
 박일만  | 2021·07·06 11:56 | HIT : 94 | VOTE : 10 |
평토장平土葬 / 박일만


흙수저였다 그는 전쟁으로 초토화된 국토의 곳곳을 낡은 수저로 파헤쳤다 덕분에 시원찮던 노다지가 고구마처럼 줄줄이 나왔다 개천에서 용 나오던 시절이었다 그 좋은 시절이 흘러 그는 갔다 흔적 없이, 봉분도 없이 사라졌다

아들은 금수저였다 때깔 좋은 일생이었다 세상에 널린 욕망을 온몸에 다 두를 수 있었다 욕망은 알을 낳고 새끼를 쳐 나갔다 고속으로 자라는 미루나무처럼 우듬지에서 발끝을 내려 보며 살았다 그러나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이었다 내려 올 수도 올라 갈 수도 없이 흔들렸다 뜬구름과 같은 수위로 생이 흘러 다녔다 어느 날, 파문이 커져 일으킨 태풍이 다녀가자 느닷없이 추락했다 로켓을 거꾸로 쏘듯 곤두박질치고 그는 땅속으로 들어갔다 깊이도 짐작할 수 없이 사라졌다 키 작은 야생초들이 깔고 앉아 놀았다  


<시인정신, 2021. 여름호>
     
    박일만 21·09·11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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