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
 박일만  | 2021·07·06 11:55 | HIT : 82 | VOTE : 10 |
연리지 / 박일만


피의 소산所産이다
밤낮없이 끌어안는 근성  
견고한 포즈를 연출한다는 거
숙명으로 받들던 흔적이 남아있다
탓하지 마라
누구도 벌하지 못한다  
피가 끓어 넘치면
가슴을 넘어 손끼리도 뭉치는 법이다
견딜 수 있는 만큼 힘을 주어라
그것이 시대의 처방일 것이니
몸 부비다 보면 차가운 땅에서도 훈김이 솟는 거
대를 이어 자손이 여기서 싹텄던 거라
녹여 낼 수 있는 만큼 피를 끌어안으면
내내 살아있음의 증거가 되는 거라
우듬지까지 피지 않아도 생을 마칠 수 있는 거
대대로 번창하는 집안을 이루는 거
애써서 끌어안고 온기를 나누는 거라
사는 게 곳곳이 비탈인 세상에서
핏줄끼리의
힘찬 협약인 것이다


<시인정신, 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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