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머리 국밥
 박일만  | 2021·03·19 06:57 | HIT : 196 | VOTE : 19 |
소머리 국밥 / 박일만


젖이 잘 돈다고 하여
아들을 낳고 아내가
미역국 대신 찾은 뽀얀 국물 소머리 국밥
그 덕인지 아들은 자라면서
머리로 들이받고 뒷발질도 해 가면서 장정이 됐는데
사실, 때마다 아들이 먹은 건 소머리가 아니었다
엄마 젖 보다 태반이 소젖으로 빚은 분유였고
이유식도 정작 소젖으로 발효시킨 우유였고
크면서도, 머리 빼고
소의 각종 부위로 가공한 먹거리뿐이었다
하필 몸통 대신 머리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렇다고 소머리 속 뇌수를 먹인 것도 아닌데
다 큰 녀석은
지금도 몸집을 불리려고 우유를 입에 달고 사는데
모유를 먹기는 먹었는지 흔적도 없는데
분유는 알다시피 서양식 모유이고
진짜 모유가 모자라면 분유를 먹였는데
이를 먹고 국제적으로 자란 아들 녀석이
소머리 국밥의 의미를 알기나 할는지
소머리 국밥을 먹은 엄마 젖의 영향과
소젖으로 가공한 온갖 것들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엄마 젖 대신 소의 온갖 것들을 먹는 아들들의 나라
미국산 쇠고기나
호주산 분유나
머리고기나 우유나 치즈나
대한민국에서는 그게 그것일 뿐

<모던포엠, 2021.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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