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처가 없다
 박일만  | 2021·02·27 00:44 | HIT : 30 | VOTE : 1 |
수신처가 없다 / 박일만


아이들 돕는다는 모금방송
나의 손가락이 꿈틀댄다
눈이 퀭하고,
흙탕물을 당연하게 먹고사는 중이다
나무는커녕,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사막
검고 부은 얼굴에 분칠을 해대는 마른바람 속
흙먼지 뒤집어 쓴 채 북적대는 아이들,
나는 뜨악해져 전신이 굳어간다
저곳 정부는 뭣하냐고 쌍욕을 내 뱉다가
저곳 위정자는 어떤 놈이냐고 삿대질을 하다가
항의성 침을 깊게 삼킨다
그곳에도 신은 계시는가, 안 계시는가
정부는 있는가, 없다는 말인가
맨발로 뜨거운 사막을 수 킬로 걸어서
겨우 길어 온 물이 흙들의 잔치다
방천난 정신을 가다듬고 전화버튼을 누르자
동전 몇 개 던져지는 소리,
미안하구나 아프리카여!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공자님!
거기 아무도 안계신가요!
목에 핏대를 세워 외쳐본다, 그러나
나의 목소리는 수신처를 찾지 못한다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질 뿐

<한국작가회의, 2020. 연간시집 『못 부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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