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轉移 / 박일만
 박일만  | 2021·01·23 06:50 | HIT : 40 | VOTE : 1 |
전이轉移 / 박일만


내 집 가까운 하천에 계절마다 청둥오리가 날아온다
한 시절을 폼 나게 살고 간다
철새라 몸집이 작아서 잘 나는 덕분이다

어느 날 인근 농장에서 탈출한 집오리가 나타났다
걸출하게 생긴 수컷이다
몸집이 청둥오리 보다 제법 크고
나름 기품도 있어 보이는

새들의 세계도 인간과 같아서 인지
크고 잘 생기면 호감을 얻는 것인지
슬금슬금 암컷 청둥오리들이 접근을 시도했다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정해진 곳으로 이주해 가는 철새 청둥오리들,
암컷 몇몇 마리는 기어이 남았다

수컷 집오리와 밀착 생활을 시작

계절이 바뀌고 다시 봄이 왔다
순간, 푸드득!
열댓 마리 새끼들이 집단으로 나타났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집오리와 청둥오리의 깃털이 섞였다

철새도 텃새도 아닌
계절 감각도 채 익히지 못한 새끼오리들이
도심 하천에 집단으로 거주

이것은 철새인가 텃새인가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크고 잘 생긴 놈들을 선호하는
동물들의 근성이 낳은 결과이다

도심에 와 살더니
사람한테 정통으로 옮은 습성이렷다

<빈터문학회시집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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