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목욕을 시켜드리며
 박일만  | 2020·11·25 22:32 | HIT : 73 | VOTE : 4 |
아버지 목욕을 시켜드리며 / 박일만


자꾸만 기우는 몸을
벽에 세워드리고 등을 민다
구순 넘어 거동 불편하신 아버지
뼈 삭고 근육 무너지는 동안 상처투성이다
가죽 처진 소처럼
늘어진 등판에 무늬가 새겨져있다
강 무늬, 산 무늬, 나무, 돌, 비바람 무늬까지
무수하다
저 등과 어깨로 버텨온 무게가 얼마던가
살을 발라 식솔들 먹여 온 세월 얼마던가
짚고 선 벽은 평생을 두고
맨살로도 넘지 못하신 꿈이다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태생으로 돌아가고 계신다
내외하시듯 돌아서 있는 뒤태가 애처롭다
물기를 닦아드려도 또다시 기우는 몸,
아버지 몸에서는 무궁화꽃 향기가 난다
노구를 씻겨드린 밤
꿈속에서 내 팔다리도 가늘어져 갔다


<현대시문학, 2020.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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