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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박일만  | 2020·11·19 07:14 | HIT : 10 | VOTE : 0 |
라이더 / 박일만


둔탁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속도를 급하게 당겼으나
중심은 이미 중심을 잃었다
왜소한 몸체가 길 복판에 널브러졌다
다리보다 먼저 머리가 바닥을 향했고
두 바퀴는 공중을 향해 헛발질을 해댔다
붉은 피가 음식물과 뒤 섞였다
흩어진 몸체로 망연히 올려다본 하늘
식구들 얼굴이 스크린처럼 상영됐다
속도를 핸들에 얹고 달려 온 생이다
건당 3천원,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속도는 끈기 없는 밥풀처럼 식어갔다
살 떨리는 굉음도 밥 앞에서 숙연해지는,
굉음을 꽁무니에 달고 날듯이 도착해야
한 끼 값이라도 온전하게 건네지는,
길바닥에 분산된 신념과 함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신앙이자 희망인 배달통과
종교이자 성전인 오토바이가
느닷없이 유체이탈 되는 순간에도
속도를 향한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일그러지는 소리만 다급하게
교차로를 빠져 나갔을 뿐,


<시에, 2020. 봄호>
     
  범종소리  박일만 20·11·25 5
  배려  박일만 20·11·1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