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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가네
 박일만  | 2020·07·10 22:54 | HIT : 58 | VOTE : 4 |
봄날은 가네 / 박일만


까마귀처럼 꺼억꺼억 우는 여자
손등으로 훔치는 눈물에 비쳐
연분홍 봄날, 봄날은 가네

십수년 병수발로 남편 앞세운 묘지
허리 펴자 흙 묻은 이마에 꽃잎 날아 와
하르르 붙는 봄날, 봄날은 가네

꽃이 피면 어떠냐고
꽃이 지면 어떠냐고
남 일에 철없이 참견하는 뻐꾸기
날갯짓에 놀라 꽃나무가 등불을 죄다 끄는

큰 절 올리자 허리 통증이 불거져 나와
세월을 탓할 겨를도 없이 뭉쳐
꽃으로 피었다 지는 봄날, 봄날은 가네

종내에는 퍼질러 앉아 억장 두들기는 여자
날아 온 산새들 짝짓기 휘파람 부는 봄날,
봄날은 기어이 가네

죄짓는 일없이 생이 무사한 날,
봄날은 그렇게 가네


<시인정신, 2020.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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