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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유산
 박일만  | 2020·06·05 01:20 | HIT : 85 | VOTE : 11 |
남덕유산 / 박일만


식솔들을 솔찮이 거느린 큰 산이
남쪽에 아우를 보내
세상을 널리 통치케 했다

계곡을 따라 솟는 물도 자손을 많이 둬
골짜기마다 시원한 내력이 흐른다

능선을 베틀삼아 땅속 힘줄로 잘 엮어낸 몸

그 누가 산문에 와서 큰소리로 외치거나
두들겨 패도
넓은 품새로 죄다 끌어안는다

새들도 계절 따라 오고 가지 않고
거처를 틀어 앉히고 대대손손 살아가는

산 아래 마을과 들판을 호령하는 팔에 안겨
남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낙락장송들
서로서로 어깨 겯고 한자리씩 터 잡은 지 수수백년

누가 오를 수 있는가
누가 넘을 수 있는가

꼭대기는 쉬이 올라 설 수 있으되
감히 덤빌 수 없는 기운이
절절히 끓고 있는 산

몸집 한 번 참 우뚝 하구나


<작가의 눈, 2019. 제26호>

     
  장수(長水)  박일만 20·06·05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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