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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불
 박일만  | 2020·05·15 06:48 | HIT : 125 | VOTE : 21 |
붉불 / 박일만

숨 가쁜 능선에서 빛을 끌어 모아
열흘을 앓고 열흘 신 내리는 당신에게 엎어지며 자결을 감행하는

천년동안 피 끓는 구릉에서 잉태되는 당신을 더듬으며 붉게, 파랗게 몸을 태우는

긴 숨을 토해낼 때 쯤 천오백도의 의지는 더욱 단단해지네

최후의 사랑이여!
절정의 고개에서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날듯이 사라지는 환희를 누가 알랴!

나는 더디게 타는 꿋꿋함만으로도 생애를 다 짐작할 수 있고
극치로 달궈진 배를 가르고 태어나는 당신은 역사를 저장하는 천상의 빛을 품었고

끝없음이여!
미열과 고열을 넘나들며 탈대로 타오른 사랑이 남긴 불맛을 전신에 걸치고 나타나는

갈등의 불기운 잦아지는 날
오래 데인 흔적을 끊임없이 닦고 닦아서 윤기를 쏟아내는 당신
덩어리인 채 치명적인 몸빛이네

낮과 밤을 무수히 견딘 내가 사그라진 뒤안길
옥색치장을 두르고 오롯이 피어나는

당신은 이승의 한으로
나는 한 삽의 재로

* 붉불 : 청자 굽는 다섯 불 중 네 번째

<시산맥, 2020.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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