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씨앗
 박일만  | 2020·05·09 07:06 | HIT : 37 | VOTE : 3 |
씨앗 / 박일만


텃밭에 씨를 뿌렸으나 기별이 없었다

며칠을 더 기다렸다가 살펴보니
떡잎 나올 자리에 돌멩이가 눌리고
돌멩이는 옆구리가 기울어져 있었다

들쳐 내 보니 그 아래
새싹이 머리띠를 동여매고 양팔을 벌리고
솟아나고 있었다

땅속에서
햇빛을 향해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가쁜 호흡을 얼마나 가다듬었을까
큰 꿈을 꿔가며 몸을 부풀렸을까

한 점 밖에 안 되던 생이 몸을 곧추세우고
양팔을 올려 벌을 서듯
큰 우주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와 얼마나 힘껏 살았을까
암울했던 시절을 견뎌 내며
긴 생을 건너가는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 했을까
생각하는데

먼발치에서 아이 하나가 벌을 서듯
책가방을 머리에 얹고 지나가고 있었다

<문학과 비평, 2020. 봄호>

     
    박일만 20·05·09 41
  바닷가 코스모스 - 제부도 18  박일만 19·12·09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