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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자작나무
 박일만  | 2019·11·17 07:06 | HIT : 10 | VOTE : 0 |
눈과 자작나무 / 박일만


돈 잘 벌고
나보다 동안이라고 주장하는 친구와
자작나무 숲을 찾았다

산중에는 눈이  
숲 바닥에 배경으로 깔리어
나무의 흰 껍질이 더 희게 보였다
바닥을 받쳐주니 나무가 빛났다

자랑할게 많은 친구는
무겁고 값비싼 장비를 꺼내 폼도 잡고
사진도 찍고, 분주하였다

흰 껍질을 두른 나무는
바닥에 깔린 눈과 더불어서
먼발치에서 보면 거대한 백지장 같았다

숲을 눈에 담고 내려오던 길,
체력을 과시하던 친구가 미끄러졌다
뒤따라가던 내 몸과 겹쳐 부상을 면했다

자작나무가 흰 눈이 받쳐주어 빛이 더하듯
나는 눈처럼 바닥이 되어주고
친구는 자작나무처럼 안도의 빛이 나 보였다


<현대시문학, 2019. 겨울호>
     
  매바위 - 제부도 16  박일만 19·11·1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