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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거울 - 육십령 15
 박일만  | 2019·10·02 22:34 | HIT : 755 | VOTE : 118 |
꽃거울
- 육십령 15

산에 피는 꽃이나 들에 피는 꽃이나
환하다
저마다 피어나 향기를 뿜어댄다
가시 돋친 나무도 꽃을 피우면
가시는 더 이상 가시가 아니다
꽃의 파수꾼이다
얼어붙은 땅속의 묵은 때를 털어내고
폭설에 꺾인 모가지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제 속에 씨앗을 품으며 핀다
산비탈과 벼랑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틴 계절이
저렇게 화사한 몸으로 왔다
꽃들은 한 시절에 피어나도
꽃들은 서로 얼굴을 다투지 않는다
산꽃은 산꽃대로
들꽃은 들꽃대로
옆에 꽃을 흉내내지 않는다
지천으로 피어난다 해도 다 생이 다른데
사람들만이 제 모습을 남에게 비추어
초라하게 피었다 진다


<문예연구, 201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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