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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박일만  | 2019·10·02 22:32 | HIT : 43 | VOTE : 1 |
법정에서


생기 없는 꽃 하나가 입장했다
향기도 날리지 않는
육중한 벽 속으로 들어온 꽃은 시들기 직전이다
뿌리를 잃은 모습으로
모가지는 한없이 땅을 향하고
꽃향기를 모르는
지엄하신 분들이 앵무새처럼 판결문을 낭독하자
실내는 무거운 구름에 휩싸였다
창밖에 나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무엇으로도 나눠 가질 수 없는
안타까움만이 실내를 채우고 있었다
이윽고,
지엄하신 분들이 법복자락 흔들며 줄맞춰 나갔다
꽃은 오열하며 어깨를 들썩이고
허리가 질끈 묶여 퇴장을 했다
저 꽃!  물기 빠진 꽃!
척박한 세상을 향해 힘껏 향기를 풍겼으나
먹고 살아가는 일에 늘 허덕이던,
이제는 높은 담장 위 철조망에 걸린 꽃!

<문예연구, 201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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