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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박일만  | 2019·09·10 07:17 | HIT : 79 | VOTE : 5 |
동행
            

바다에 이르는 길은 멀었다
한낮을 지나온 해가 저녁 놀 속에 스러지는
길 끝에서 노인은 휠체어에 아내를 앉히고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양손을 손잡이에 얹어 미끄러지지 않게 붙들고 있었다
방파제 쪽에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이대로 쭉 가면 황혼 빛 갯벌이다
뼛가루 같은 진흙이 지천이다
오랫동안 서해를 바라보며
노인은 아내의 어깨에 숄을 덮어주며
입가에 흐르는 침을 맨손으로 닦아 주었다
백발이 성성한 두 사람이 한 방향을 향할 때마다
해풍이 그들의 얼굴을 함께 어루만졌다
한기를 느끼는 아내를 위해 몸을 움직이자
순간, 노인의 발걸음이 팔랑거렸다
아뿔싸!
길 끝에서 조용히 서있던 연유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살아오는 동안의 궤적이 점쳐졌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몸이 바람개비처럼 휘청거린,
저것이었구나!
한쪽으로 기우는 다리를 아내의 휠체어가 지탱해주고
노인은 아내의 다리가 되어 주고 있었던 것
비로소 두 바퀴와 한 쪽 발의 절묘한 균형이 이뤄졌던 것
나는 그들의 생애를 다 짐작할 수 없었으나
노인의 절뚝이는 생이
아내의 휠체어에 의지하여 밀고 끌고 왔을 것이다
물때가 바뀌도록 긴 그림자로 남아있는 그들을 남기고
석양이 붉게 타고 나면
바다는 곧 한낮을 지울 것이다

<작가의 눈, 2018. 제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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