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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마라, 봄 - 육십령 10
 박일만  | 2019·07·08 23:25 | HIT : 184 | VOTE : 13 |
묻지 마라, 봄
- 육십령 10


몰래 여자를 두고
밭 갈고 씨 뿌리고 싶은 날이다

제 때 싹이 날지 모르게 삭은 몸이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지나온 인생여정 다 펼쳐 놓고
무참히 불 지르고 싶은 날이다

싹이 돋으면 요행이겠으나
여의치 않더라도
더 늦지 않게 사랑하나 몰래 두고
고목에 꽃피우고 싶은 날이다

일생 동안
몇 번의 사랑은 훈장 같은 거

평생 동안
몇 번의 이별은 피딱지 같은 거

알몸바람으로 어슬렁거려도
불경스럽게 여길 사람조차 없는 산촌에 묻혀
끓는 피에 한사코
장작불 때고 싶은 날이다


<다층, 2019.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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