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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행
 박일만  | 2019·07·03 07:26 | HIT : 165 | VOTE : 9 |
두타행  


시끄럽던 우기를 견딘 몸이다
축생의 지하를 청산하고 땡볕 속에 나섰다
발자국을 총총히 새기는 애벌레
제 몸속 습기를 뽑아 길을 놓는다
세상을 짚어가는 필사의 솔기
걸친 가사도 짊어진 바랑도 없이 오직
태생의 살갗만으로 밀고 가는 길이다
산과 계곡을 버리고 혼돈의 세상에 나와
빌딩 숲에서 지하철에서 들끓는 길거리에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속도를 온몸에 두르고 살았다
배를 채우고 몸에 걸치는 일에 골몰하며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 속에서
인간이기를 자처하며 살았다
몸 속 진액들이 서둘러 부패 됐다
아우성의 틈서리에서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걸친 옷보다 먼저 몸이 닳았다
몸보다 먼저 신념에 삭았다
회색 도시를 거처삼아 흙살 한 줌 없이 살았다
무성한 소음 제치고 음습한 도시 벗어나
뙤약볕에 벌건 몸으로 간다
나는 한 마리 알벌레다, 적멸은 멀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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