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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령 4
 박일만  | 2019·07·02 23:41 | HIT : 126 | VOTE : 12 |
육십령 4


사람 없는 마을에서 개들이 짖습니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들일 나가고 나면
주인인 척 개들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낯선이가 들면 목이 터져라 고자질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해도 막무가내입니다

마당 한켠에 낮게 줄쳐놓은 꽃밭에는
꽃 대신 잡초가 주인입니다
향기도 없는 녀석들이 무리 지어
향기를 날리는 척 몸을 흔들어대지만
잡초는 잡초일 뿐 어림도 없습니다

사람 따라 도회지로 나가서
고양이가 사라진 빈집 마루 밑에서는
쥐떼들이 해마다 운동회를 하고
곡식이 모자란다며 땅굴을 파댑니다

나는 육십령 고갯길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그래도 너희들이 있어 심심치 않다고
그래도 너희들과 더불어 산다고
슬쩍 눈감아 줍니다

긴듯했던 고갯길이
내려올 때는 짧아 보이는
그런 시절입니다


<문학청춘, 2019.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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