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성사 / 김종철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 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 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너스레】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랑의 유형 중 가장 우선인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일 겁니다. 시인은 자신에 대한 사랑을 통해 얻은 성찰을 직접 말하지 않고 못을 뽑는 행위를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물을 통한 성찰의 한 유형이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만, 무조건적이지 않고 고백성사라는 과정을 통해서 드디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인은 자신을‘휘어진 못’이라 하고 못이 뽑힌 자리가 흉하다고 합니다. 이는 못이라는 사물을 통해 삶을 응시하고, 반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못을 뽑는 일상체험을 통한 깨달음은 곧 자기애로 연결되고 거기에서 시인은 스스로를 깊이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육십령)』, 『사랑의 시차(제부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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