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배달 95 - 작은 연가 / 박정만
 박일만  | 2023·07·25 16:28 | HIT : 60 | VOTE : 19 |
작은 연가戀歌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너스레】
꽃초롱은 초롱꽃을 닮았습니다. 종 모양의 등불입니다. 등불은 밝힘의 이미지와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어둠을 밝혀내는 것이 등불의 사명이자 숙명입니다. 등불은 사랑을 밝히고 어둠을 밝혀 현실을 극복하는 선지자적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현실 너머에 있는 밝은 세상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시인은 밝음과 어둠의 세상을 대비시켜 놓고 사랑의 빛으로 모두를 밝히고자 합니다. 사랑은 등불이 되고 등불은 세상의 빛이 되어 긍정의 세계를 지향합니다. 또한  사랑과 등불은 고되고 절망적인 삶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입니다. 게다가 사랑은 허무를 극복하는 처방전이기도 합니다. “사랑이여, 보아라 /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라고 외치면 작은 꽃초롱이 번져 무리를 이루고, 드디어는 밝은 세상을 향하는 등불이 됩니다. 작은 촛불들이 모여 민주혁명을 이루듯 꽃초롱을 모아놓으면 추구하는 세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작고 왜소한 몸을 태워 건강한 세계를 이루어가는 힘은 곧 빛입니다. 불빛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혁명이자 희망입니다.(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육십령)』, 『사랑의 시차(제부도)』등
  
     
  사랑시 배달 94 - 사랑의 꿈 / 정현종  박일만 23·04·27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