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배달 92 - 겨우살이 / 정진규
 박일만  | 2023·01·05 13:10 | HIT : 95 | VOTE : 21 |
겨우살이 / 정진규


내 사랑 겨우살이 한번 풀어보려고 겨우살이 찾아,
즉효라는 그걸 찾아 눈 덮인 심산 들었다
참나무 뽕나무 오리나무에 붙어살지만
겨울날 홀로 초록 잎새 싱싱한 독야청청 겨우살이,
나 좀 살려다오 내 후살이로 조심조심 모셔왔다
네 몸 달이어 나를 깊게 뎁혔으나 아직도 여적지다
너나 나나 아직도 겨우살이다 내 사랑 겨우살이
아직도 여적지다 몰랐었구나
사랑이 본시 겨우살이인 것을,
후살이가 본시 겨우살이인 것을,
合歡이여,
철든 사랑아


【너스레】
시인의 사랑이 아프거나 겨울인가 봅니다. 아픈 사랑을 처방하고자 겨울 산에 들어 겨우살이를 채취했습니다. 병을 구완한다는 겨우살이.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눈이 와도 얼지 않고, 청청하기만 한 겨우살이는 아픈 사람에게 희망을 줍니다. 시인은 그런 겨우살이를 달여 먹었으나 아직도 몸은 아픕니다. 몸은 하나의 사랑입니다. 사랑은 여전히 겨울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이 본래 차가운 가슴에서 비롯하여 가슴끼리 만나면 겨울에도 봄이 오는 법인데 지금은 후살이처럼 맵기만 합니다. 높은 나뭇가지에서만 기생하는 겨우살이를 달여 먹었는데도 시인의 사랑은 아직도 차가운 겨울 터널을 지나고 있으며, 달여 먹을 겨우살이가 더 필요합니다. 사랑이 더 필요합니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지병도 떨치고 철도 듭니다.(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육십령)』 등
  
     
  사랑시 배달 93 - 살다가 보면 / 이근배  박일만 23·02·16 82
  사랑시 배달 91 - 사랑 사랑 내 사랑 / 오탁번  박일만 22·12·05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