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배달 88 -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박일만  | 2022·09·16 14:23 | HIT : 36 | VOTE : 6 |
사랑은 끝이 없다네 / 박노해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이 흘러서도
그대가 내 마음속을 걸어다니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 많은 강을 건너서도
그대가 내 가슴에 등불로 환하겠는가

사랑에 끝이 있다면
어떻게 그대 이름만 떠올라도
푸드득, 한 순간에 날아오르겠는가

그 겨울 새벽길에
하얗게 쓰러진 나를 어루만지던
너의 눈물 너의 기도 너의 입맞춤
눈보라 얼음산을 함께 떨며 넘었던
뜨거운 그 숨결이 이렇게도 생생한데
오늘도 길 없는 길로 나를 밀어가는데
어떻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시린 별로 타오른 우리의 사랑을
이제 너는 잊었다 해도
이제 너는 지워버렸다 해도
내 가슴에 그대로 피어나는
눈부신 그 얼굴 그 눈물의 너까지는
어찌 지금의 네 것이겠는가

그 많은 세월이 흘러서도
가만히 눈감으면
상처난 내 가슴은 금세 따뜻해지고
지친 내 안에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해맑은 소년의 까치걸음이 날 울리는데
이렇게 사랑에는 끝이 없다는 걸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어찌 사랑에 끝이 있겠는가

사랑은 끝이 없다네
다시 길 떠나는 이 걸음도
절망으로 밀어온 이 희망도
슬픔으로 길어 올린 이 투혼도
나이가 들고 눈물이 마르고
다시 내 앞에 죽음이 온다 해도
사랑은 끝이 없다네

나에게 사랑은 한계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패배도 없고
사랑은 늘 처음처럼
사랑은 언제나 시작만 있는 것

사랑은 끝이 없다네


【너스레】
시인은 투쟁했습니다. 노동자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그는 지금도 투쟁 중입니다. 노동자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또 그는 투쟁할 것입니다. 노동자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그리고 그는 사랑했습니다. 노동자를, 민주주의를. 더더욱 그는 사랑하는 중입니다. 노동자를, 민주주의를. 이후에도 그는 또 끝없이 사랑할 것입니다. 노동자를, 민주주의를. 그의 투쟁은 국가이고 신념이고, 그의 투쟁은 역사이고 사랑이고, 그의 투쟁은 인생이고 삶인 것입니다. 투쟁은 끝이 없습니다. 노동자 생활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시인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평생을 시인이자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시인의 사랑은 곧 노동의 민주화입니다. 삶의 민주화입니다. 역사의 민주화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사랑은 곧 민주주의라는 등식을 가집니다. 길 없는 길은 끝없는 투쟁으로 민주화를 쟁취해 나가는 길입니다. 세월이 흘러서 나이가 들고 죽음이 찾아온다 해도 가슴속에 끊임없이 피어나는 외침입니다. 시인의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시인의 투쟁은 끝이 없고 시작만 오롯이 남을 것입니다.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육십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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