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배달 84 - 이별 이후 / 문정희
 박일만  | 2022·05·17 06:14 | HIT : 114 | VOTE : 19 |
이별 이후 / 문정희


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 년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을 떠 넣는 일이다

옛날 옛날 적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 막혀 나 죽으면
원도 없으리라

그러나
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


【너스레】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이 헤어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대부분은 지나온 사랑을 다 잊고 새로운 사랑에 젖어서 살아갈 것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말이죠. 사랑은 존귀한 데 말이죠. 사랑을 잃고 나면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마땅히 서글퍼져야 하는데 말이죠. 그러나 요즘 사랑은(=사람은) 이별 후에도 오히려 잠 잘 자고, 밥 잘 먹고, 아무 일 없었던 듯 태연하게 살아갑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이렇게 사랑하는 일이 사소한 일이 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사랑이 점점 가볍게 취급되어 가고 있는 시대가 슬프다고. 헤어진 후 사랑했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는 일은 진실로 진실로 슬픈 일 입니다. 인연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니겠는지요.(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육십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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