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배달 83 - 기하학적 실수 / 김상미
 박일만  | 2022·04·11 06:29 | HIT : 88 | VOTE : 14 |
기하학적 실수 / 김상미


모든 사랑의 체위는 인간이 지닌 고귀한 감각이다
그걸 알면서도
사랑 나눌 때
나는 한 번도 내가 좋아하는 체위를 요구하지 않았다
말없이 상대가 원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다

그게 내 사랑의 비극이고
내 사랑이 실패한 이유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어떤 체위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
늘 꿈꾸어왔던 나만의 체위는
내 마음 속 깊이 깊이에만 간직해두고
척추를 타고 흐르는 파르르한 사랑의 경련에만
전율했다는 것

모든 물이 다 증발하고 난 뒤에 남는 소금처럼
사랑의 체위야말로 그 사람의 유일한 진실임을
모른 체하고 모른 체했다는 것


【너스레】
사랑에도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 사랑이 정신적인 사랑이든 육체적인 사랑이든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어야 할 것입니다. 육체적인 예의는 곧 정신적 사랑으로 직결됩니다. 바로 이 시가 전혀 외설스럽지 않은 까닭입니다. 얼핏 보면 체위를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어떠한 요구도 없는 숭고한 사랑입니다.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 주는 것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사랑은 갖는 것이 아닌,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면 또한 이 시를 빛나게 하는 요소입니다. 다행입니다. 요구와 요구가 충돌하면 오히려 실패가 따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이 시의 사랑은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기억에 남는 사랑이 되었습니다. 육체적 사랑을 통해 진정한 정신적 사랑을 찾아냈습니다. 사랑은 사랑의 함수관계를 짐작하기도, 짚어내기도 어렵게 하는 아련한 행위입니다.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육십령)』 등
  
     
  사랑시 배달 84 - 이별 이후 / 문정희  박일만 22·05·17 107
  사랑시 배달 82 - 물푸레나무 / 박정원  박일만 22·03·14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