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배달 82 - 물푸레나무 / 박정원
 박일만  | 2022·03·14 07:03 | HIT : 135 | VOTE : 43 |
물푸레나무 / 박정원


사랑이여
그대가 물푸레나무인 줄 몰랐다
물푸레~ 라고 숨죽여 읊조리면
그대 우러르는 먼 산이
시 한편 들려주고
돌아보는 뒷모습이
그림 한 장 남겨줬다
물푸레나무 아래서
이 나무가 무슨 나무냐고 물었듯이
사랑이여
나는 그대가 사랑인 줄 몰랐다
웃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치어다볼 때마다
정강뼈 아래 물빛을 온통
물푸레로 물들이던
사랑이여
물푸레 옆에서 물푸레를 몰랐다
점점 내가 물푸레로 번져가는 것을 몰랐다
물푸레 물푸레 되뇌기만 하면서
맑은 물 한 종지 건네는 그대를
알아보지 못했다


【너스레】
물푸레나무는 주로 물이 많은 산기슭이나 골짜기 물가에서 자랍니다. 아마도 시인의 물푸레나무는 습지에서 자라는 모양입니다. 시인도 물푸레나무가 되어 그의 옆에서 삽니다. 그리고 시인은 뒤늦게 깨닫습니다. 처음에는 옆에 있는 사람이 사랑의 대상인줄 몰랐습니다. 맑은 물빛을 건네주는 사람을 보면서도 그가 나를 사랑하는 줄 몰랐고, 시인도 바로 그 옆에 살면서도 그의 물빛이 사랑인 줄 미처 몰랐던 것입니다. 참 순한 사랑입니다. 드디어는 물푸레나무처럼 물빛에 정강이뼈까지 흠뻑 젖고서야 그의 몸짓이 사랑인줄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사랑의 사람은 물푸레나무처럼 치렁치렁하고 물에 젖어 윤기가 흐르는 머릿결을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사랑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적실하게 일러줍니다.(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육십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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