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배달 79 - 헌 신 / 복효근
 박일만  | 2022·01·17 06:59 | HIT : 82 | VOTE : 39 |
헌 신 / 복효근                                                    


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거친 길 험한 길 딛고 가는 그대 발을 고이 받쳐
길 끝에 안착할 수 있다면
나를 신고 찍은 그대의 족적이 그대 삶이고 내 삶이니
네가 누구냐 물으면
그대 발치수와 발가락모양을 말해주리
끝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리
다만 그 끝의 자세가 사랑을 규정해주리니
그대 다시 나를 돌아보거나 말거나
먼 길 함께했다는 흔적이라면
이 발냄새마저도 따스히 보듬고 내가 먼저 낡아서
헌 신, 부디 헌신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너스레】
사랑이 넘쳐 드디어는 희생으로까지 나아갔습니다. 헌 신도 헌신도 끝없는 사랑을 의미합니다. 서로의 마음이 어긋나지 않도록 시인의 사랑이 헐겁지 않은 신발이었으면 좋겠고, 그 신발을 신고 사랑하는 사람이 먼 길을 가서도 부디 안착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삶이 곧 내 삶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그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챌 수 있고, 발 냄새처럼 누추한 생들도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극한 사랑,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실현되는 아가페적인 사랑입니다. 헌 신(낡은 신)이 헌신(獻身 : 몸과 마음을 바쳐 희생함)이 되었습니다.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육십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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