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배달 77 - 수면사睡眠寺 / 전윤호
 박일만  | 2021·12·12 07:16 | HIT : 101 | VOTE : 62 |
수면사睡眠寺 / 전윤호

  
초파일 아침
절에 가자던 아내가 자고 있다
다른 식구들도 일 년에 한번은 가야 한다고
다그치던 아내가 자고 있다
엄마 깨워야지?
아이가 묻는다
아니 그냥 자게 하자
매일 출근하는 아내에게
오늘 하루 늦잠은 얼마나 아름다운 절이랴
나는 베게와 이불을 다독거려
아내의 잠을 고인다
고른 숨결로 깊은 잠에 빠진 적멸보궁
초파일 아침 나는
안방에 법당을 세우고
연등 같은 아이들과
꿈꾸는 설법을 듣는다


【너스레】
아내의 잠은 고단함입니다. 생활에 지쳐 깊이 잠이든 아내는 비로소 선정에 듭니다. 매일 출근하여 피로가 쌓인 아내가 안쓰러워 남편은 배려합니다. 절에 가기를 포기합니다. 아이들도 곧 동의합니다. 아내의 잠든 모습은 적멸보궁입니다. 고요하고 신성한 절입니다. 집안에 절 한 채가 들어섰습니다. 아내가 잠자며 내는 숨소리는 설법이 되어 집안에 은은하게 울려 퍼집니다. 가족들은 설법을 듣습니다. 독실한 불교가족 입니다. 초파일에는 아내를 잠자게 하고, 집안에서 불경을 외우며 지내볼 일입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깨달음이 큰 경전입니다. 사랑이 밑바탕에 무한정으로 깔려있는 가족사 입니다. (박일만 시인)


<박일만 시인>
·전북 장수 육십령 출생
·2005년 《현대시》 신인상 등단
·<송수권 시문학상>, <나혜석 문학상> 수상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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